아버지는 30년 넘게 용접공으로 일하셨습니다.
용접할 때마다 뿌연 연기가 올라왔지만, 그게 위험하다는 생각은 크게 하지 않으셨다고 합니다. 그렇게 오랫동안 일한 뒤 폐암 진단을 받았습니다.
가족 입장에서는 뒤늦게 이런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혹시 평생 해온 용접 일 때문에 폐암이 생긴 건 아닐까?”
그런데 담배를 피운 적도 있고, 용접을 그만둔 지도 오래됐다면 산재를 생각하기가 더 어려워집니다.
용접공의 폐암 산재는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하는지, 실제로 확인해야 할 부분을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목차
용접할 때 보던 그 연기, 그냥 연기가 아닙니다
“담배도 피웠는데…” 폐암 원인을 하나만 보는 것은 아닙니다
20년 전 용접공의 흔적, 어떻게 찾아낼 수 있을까요?
01. 용접할 때 보던 그 연기, 그냥 연기가 아닙니다
용접공이라면 아마 이런 장면이 익숙할 거예요.
철판을 붙이기 위해 용접봉이나 용접기를 대면 눈앞에 뿌연 연기가 올라옵니다.
작업이 끝나면 옷이나 얼굴에 냄새가 배어 있고, 환기가 잘 안 되는 곳에서는 그 연기가 작업장 안에 머물기도 하지요.
이때 생기는 아주 작은 입자들을 용접 흄이라고 해요.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용접 과정에서 금속 등이 높은 열을 받으면서 아주 작은 입자 형태로 공기 중에 퍼지는 물질이라고 생각하면 돼요.
그리고 여기서 중요한 게 하나 있어요.
모든 용접공이 똑같은 환경에서 일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에요.
예를 들어 조선소에서 배의 철판을 용접한 사람과 공장에서 스테인리스 제품을 용접한 사람, 밀폐된 공간에서 용접한 사람의 작업환경은 서로 다를 수 있어요.
용접한 재료도 다르고, 환기 상태도 다르고, 용접 외에 절단이나 사상 작업을 함께 했는지도 다르지요.
그래서 폐암 산재를 살펴볼 때는 단순히 “용접공으로 20년 일했습니다.” 라고 끝내지 않아요.
무엇을 용접했는지, 어디에서 일했는지, 얼마나 자주 했는지, 어떤 작업을 함께 했는지를 다시 살펴봐야 해요.
실제로 업무상 질병 인정 여부도 유해·위험요인에 노출된 경력뿐 아니라 노출 시간과 기간, 작업환경, 질병을 유발할 수 있는 정도 등을 함께 살피도록 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이 글에서 말하는 핵심은 “용접공이었으니 폐암 산재가 된다”가 아니에요.
오히려 “용접공으로 일하면서 실제로 무엇에 얼마나 노출됐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에 가까워요.
02. “담배도 피웠는데…” 폐암 원인을 하나만 보는 것은 아닙니다
여기서 많은 분들이 한 번 멈춥니다.
“그런데 저는 담배를 피웠어요.” 또는 가족이라면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어요.
“아버지가 평생 담배를 피우셨는데, 그러면 용접 때문이라고 할 수 있나요?”
이런 걱정이 드는 건 자연스러워요.
다만 흡연력이 있다는 사실 하나만 가지고 산재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에요. 반대로 용접공이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업무상 질병이 인정되는 것도 아니고요.
중요한 건 여러 상황을 함께 보는 거예요. 예를 들어 같은 폐암이라도 30년 동안 밀폐된 공간에서 용접을 해온 사람과, 용접을 몇 년간 가끔 했던 사람의 작업환경은 같다고 보기 어렵겠지요.
여기에 어떤 재료를 용접했는지, 어떤 유해요인에 노출됐는지, 그 노출이 얼마나 오래 이어졌는지, 흡연력은 어떠했는지 등을 함께 살펴보게 됩니다.
현행 업무상 질병 기준도 특정 유해물질에 노출되어 발생한 폐암 등을 직업성 암의 범위에 포함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니켈 화합물, 석면, 비소 등과 관련된 폐암이 규정돼 있습니다.
03. 20년 전 용접공의 흔적, 어떻게 찾아낼 수 있을까요?
“그런데 저는 용접을 그만둔 지 20년이 넘었습니다.”
젊었을 때 일했던 공장 이름도 정확히 기억나지 않고, 근로계약서나 작업환경 자료도 남아 있지 않을 수 있어요.
그렇다고 과거의 일을 확인할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에요.
여기서는 기억을 구체적인 작업 이야기로 바꾸는 과정이 중요해요.
예를 들어 “공장에서 용접했습니다.” 라고 말하는 것보다
“자동차 부품을 만들었고, 주로 철판을 용접했습니다.”
“좁은 탱크 안으로 들어가서 용접한 적도 많았습니다.”
“용접하고 나서 그라인더로 표면을 갈아내는 작업도 계속했습니다.”
처럼 이야기하면 당시 작업환경이 훨씬 선명해져요.
그래서 과거 용접 경력을 확인할 때는 직업명보다 실제 하루의 모습을 되짚어보는 것이 중요해요.
아침에 작업장에 들어가서 무엇을 했는지, 어떤 재료를 다뤘는지, 어떤 공간에서 일했는지, 용접 외에 어떤 작업을 했는지를 하나씩 꺼내보는 거예요.
용접공으로 일했다고 해서 폐암이 모두 산재로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담배를 피웠거나 용접을 그만둔 지 오래됐다는 이유만으로 처음부터 포기할 필요도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과거에 어떤 용접 작업을 했고, 어떤 환경에서 얼마나 오래 일했는지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노출된 유해요인과 현재 폐암 사이의 관련성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합니다.
특히 오래전 일이라면 “용접공이었다”는 한마디보다 그때 실제로 어떤 일을 했는지를 하나씩 되짚어보는 것부터 시작하는 게 좋습니다.
“아버지가 어떤 용접 일을 하셨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데요.”
괜찮습니다. 기억나는 작업과 근무기간부터 말씀해주세요. 어떤 부분을 확인해야 하는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FAQ)
Q. 용접공이면 폐암 산재가 인정되나요?
용접공이라는 직업만으로 자동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에요. 실제 용접 업무에서 어떤 유해요인에 얼마나 노출됐는지, 근무기간과 작업환경은 어떠했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합니다. 업무상 질병 판단에서도 노출 경력과 노출 시간·기간, 작업환경, 의학적 관련성 등을 함께 확인하도록 하고 있어요.
Q. 담배를 오래 피웠는데 산재 신청이 가능한가요?
흡연력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산재 여부가 결정되는 것은 아니에요. 그렇다고 용접공이었다는 사실만으로 인정되는 것도 아닙니다. 흡연력과 함께 실제 용접 업무, 유해요인 노출 정도와 기간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합니다.
Q. 용접을 그만둔 지 20년이 넘었는데도 확인할 수 있나요?
오래전에 용접을 그만뒀다는 사실만으로 바로 가능성을 판단하기는 어려워요. 당시 어떤 작업을 했고 어떤 유해요인에 노출됐는지, 현재 폐암과 어떤 관련성이 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Q. 제가 어떤 유해물질에 노출됐는지 모르는데요?
그것까지 근로자가 정확하게 알고 있을 필요는 없어요. 당시 어떤 금속을 용접했는지, 작업 장소는 어디였는지, 환기 상태는 어땠는지, 용접 외에 어떤 작업을 했는지 등을 통해 당시 작업환경을 구체적으로 확인해볼 수 있습니다.
Q. 용접 외에 사상이나 절단 작업도 했는데 이것도 중요한가요?
네. 실제 업무 내용을 확인할 때 함께 살펴보는 것이 좋아요. 산재에서는 직업명이 아니라 실제로 어떤 업무를 수행했고 어떤 유해요인에 노출됐는지를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에요.
Q. 폐암으로 돌아가신 가족도 산재를 확인할 수 있나요?
가능성을 확인해볼 수 있어요. 고인이 과거 어떤 용접 업무를 했는지와 작업환경, 폐암 진단 및 치료 기록 등을 살펴보고 업무상 질병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는지 검토해야 합니다.